목록전체 글 (69)
생선가게아저씨

산다는 것은 이승에 존재하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을 이승을 떠난다고 한다.이 세상에 대한 깨달음의 노력을 마무리하고, 저곳 저승에 가서 다시 새로운 깨달음의 세계에 접한다고 하면서 이승과 저승은 다른 세계가 아닌 이어지는 떠남과 존재의 끈이라 한다.살거나 죽거나 그 모든 것은 깨달음을 쫒는 행위라는 것인가 보다.그 무엇을 깨달아야 하고 깨우쳐야 할까이승에 살면서 무엇을 얼마나 베풀고 살았음을 깨달은 순간에 고개를 돌려 뒷발자국을 되돌아본다고 한다.그 발자국이 다시 저승의 깨달음을 돼 집어보는 업보는 아닐는지 모르겠다. 그다지 착하게도 살지도, 베풀면서 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겁이 더럭 난다. 죽음은 새로운 끝도 시작도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이승에 산다는 것 또한 녹녹지 않는 일이다. 새벽부터 억..

이것은 붉음을 넘어서 시꺼먼 붉음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거다란 들통에 이 죽음보다 검붉은 팥을 넣는다.통에 떨어지면서 지옥에 떨어지는 중생의 비명소리처럼 길게 혹은 짧게 울려 퍼진다.서로를 밀어내듯 앞다투어 높은 듯 낮게 깔린다.이어 순백이며 투명한 물을 가득 부어 내린다. 물이 닿은 곳에는 청명한 검붉음이 그 색감을 더욱 드러내고거기에 불을 댕긴다.한참 후 첫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마른 팥은 청아한 물에 어루만짐에 젖은 듯 자신을 무너뜨리며 붉음을 내어 놓는다. 서먹서먹한 듯 물은 물대로 있고, 팥은 시큰둥한 모습으로 눈길을 돌린 채 바닥에 누워만 있다.누가 먼저일까물이 멍글 몽글 마음을 드러내자 팥도 거기에 맞추듯이 엉덩이를 들썩거리다 이내 멈추기를 몇 번을 반복하더니 이제 서로에게 익숙한 듯 물이 ..

나는 나만 사랑했나 보다 나의 아픔만 아파하고 나의 슬픔만 슬퍼하고 나의 억울함만 토로하고 어디에도 나 외에는 없었다. 어느 날 찾아온 마법처럼 아내의 아픔을 공유하고 아내의 슬픔을 같이 슬퍼하고 아내의 억울한 사연을 분개하는 나는 없이 아내만 있는 것이다 언제 스며들었는지 아들의 연애사에 혼자 슬퍼하고 혼자기 뼈하고 혼자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나의 감정이입을 놀란다. 딸의 결혼하겠다는 뜬금없는 고백에 기쁜 마음이 반이면 그만큼에 나머지 마음은 막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떠난다는 그 자체만으로 슬퍼지고 헤어진다는 그 말만으로 마음이 가라앉는 연유는 무얼까 이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프고 아쉬운 생각이 다가선다 이 또한 지나고 나면 하늘을 보고 눈물짓고 걷다가 땅을 보고 슬퍼지는 이내 마음..

삶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추억이란 이름으로 묻어납니다.반쯤 빠진 머리카락사이로 훤히 드러나 보이는 머릿속에서 학창 시절 까까머리가 떠올라 웃음 짓게 합니다.몸보다 더 큰 교복을 사들고 바지단은 접어서 입고 손목단은 안으로 집어넣어 입으며 몸을 뺑뺑돌아가는 큰 옷을 입고 피에로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학교를 다녔던 6년의 세월이 있다.그때부터 난 제복을 싫어한다내가 군대생활을 잘못한 이유이다.난 두상이 못생겼다.정수리부분은 2층양옥처럼 층이 졌고, 뒤통수는 납작 머리에 약간 비딱하게 틀어졌는데 심심할까봐 손잡이모양으로 툭 튀어 나온 부위가 있는 머리다.돌아가신 어머니는 위로랍시고 말하셨다"넌 어릴 적부터 엄마 편하게 해 주려고 순둥이처럼 가만히 누워있어서 그래"라고 한다. 난 순둥이도 착한 아들도 싫다 ...

이날을 은근히 기다려본다. 생일 그리고 몇몇의 명절 그리고 가족의 기념일을 맞이하고 또 보내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른 날인 파더스 데이. 미국에 와서 덤으로 얻어진 날인 아빠의 날이라고 하면서 그 비중은 마더스데이의 십 분의 일 정도의 관심이지만 난 이날이 좋다. 올해는 온 가족이 모아서 300불 조금 넘는 Babolat pure aero를 선물하여 주였다. 나달의 라켓으로 스핀과 파워를 겸비한 라켓이라고 알고 이지만, 그 구입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그저 마음으로 만 생각하고 점찍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력보다 더 나은 실력을 얻질수 있는 파란색상의 드라이브. 파란색만큼 직진성과 강렬한 파워를 내장한 비밀병기이고. 하얀색의 스트라이크는 단순하면서 순백의 아름다움을 가진 듯 정직한 타구의 ..

소년은 엄마에게 혼이 낫다.해도 있는데 소낙비가 쏟아져 마당에 큰누이에게 보내려고 널어놓은 고추가 비에 다 젖었고, 내일 소풍 가려고 다 말려놓은 형님옷이 다 젖었다.소년은 다락방에서 책 읽기에흠뻑 빠져 있었다.밭에 갔다가 비때문에 한걸음에 집으로 온 엄마는 다락방에서 책에 빠져 있는 소년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차며엄마는 소년은 내 쫓아내고 나가라고 한다.읽던 책은 쓰레기통에 집어 던져 버렸다.소년은 등짝을 맞으며 , 짝도 맞지 않은 슬러퍼를 신고. 대문밖으로 나왔다. 골목길을 지나서 똑바로 올라가면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다. 방학이라 아무도 없다. 시소위에도 미끄럼틀에도 철봉에도 아무도 없다.학교를 가로질러가면 여우골로 이르는 뒷산이 나타난다.아버지는 단옷날과 추석에 산 고개를 따라 형과..

엄마가 되는 것은 선택인가 , 필수인가 요즘은 생각이 복잡하다.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에는 한집에 아이가 많게는 여섯이나 일곱 적게는 세명이나 네 명이 가족들 이루어진 이웃이 많이 이었던 적이 있다. 이때에 여자이기보다는 엄마로 살아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 싶다. 젊은 시절을 아이들 낳고 돌보는 것이 살아가는 목적이고 목표인 나날이다. 이른 나이에 출산에 반복으로 , 기쁨에 생명이고 , 고귀함이지만 여자의 오롯한 희생만이 요구되다 보니 모든 엄마는 여기저기가 많이 아프고, 그렇게 버겁게 살았던 것 같다. 그 시절은 여성권위도 인권도 무시된 채 , 먹고사는 먼저였던 세월이었다삼십이 가까워지면 노처녀로 치부하여 결혼을 닦달을 하여 여자의 일생은 결혼으로 종결짓는 시대를 살았고 , 희생만 강요..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마디가 있다. 이 노랫가락은 돌아가신 엄마가 참으로 고운 목소리로 부르던 구슬픈 사연이 담긴 노래다. 나는 그 시절 너무 어려서 그런 엄마의 심정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이제 엄마나이를 훌쩍 넘어서 지금 이 노래가 입을 떠나지 않는다. 말탄님 따라서 시집가던 길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있던 길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엔 노을이 섧구나옛날에 이 길은 새색시 적에서방님 따라서 나들이 가던 길어디선가 저 만치서 뻐꾹새 구슬피 울어 대던 길 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엔 노을이 섧구나 >정말 내 마음이 섧구나 용정에서 연길까지 꽃가마대신 걸어서 재를 넘으며 산아래까지 따라나선 울 엄마는 엄마를 보면서 우리 엄마는 얼마나 눈물을 지었을까!"영실아 ..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유신과 전두환 군사시절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학생회의 간부로 군사독재와 무모하게 대항했던 그 시절 계엄하에 합동수사본부로 잡혀가면서 질문보다 구타를 당하고 , 매질에 대한 공포는무서움에서 두려움으로 머리에 각인이 된다. 그리고 사람이기보다 짐승으로 대하고 점점 자신이 짐승이 되어 버린 듯한 착각이 현실에 맞닿고, 그렇게 밤도 낮도 모른 채 몇 날 며칠을 반복되는 구타 그리고 진술서 다시 폭력에 노출되며 생존에 대한 기대조차 무기력하게 잊어지고 , 한줄기 빛을 보듯이 경찰서로 이송되면서 희망이란 한 조각이 가슴에 피어날 때 포승줄에 묶여서 판결을 기다리는 그때 그 방에 한 마리 나비가 날아와서는 들어온 입구를 잃고 창문에 부딪치며 그 조용한 방의 침묵을 깨고 포승줄에 묶인 우..

햇살이 너무 좋은 날밖으로 나가면 아직 겨울의 찬기가 그대로 느끼고 집안에서도 잠바를 껴입고 두꺼운 양말도 신어야 하는 말 그대로 뼈가 시린 날.딱히 나갈 곳도 없고 ,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어느 일요일. 모임에서 한 5년간 같이 지내던 지인이 라스베이거스로 이사를 갔다고 카톡에 사진으로 소식을 전하고, 커피 한잔 내려 마시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왜, 라스베이거스로 갔나?"그답을 알면서도 묻는다.미국생활을 하다가 집하나 장만하고 30년을 넘게 빚을 갚고 은퇴할 나이에 다가오는 세금, 이제는 백만 불이 넘는 집에 세금은 년 만불을 넘어가니 걱정이 걱정을 더해 네바다, 조지아 텍사스로 이주한다. 여기서 집 팔고 그곳에 가면 3,4십만 불만 주고 집을 살 수 있으니 세금 또한 적고 남은 돈으로 조금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