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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기억나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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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기억나면

timsuh 2025. 4. 7. 01:01


삶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추억이란 이름으로 묻어납니다.

반쯤 빠진 머리카락사이로 훤히 드러나 보이는 머릿속에서 학창 시절 까까머리가 떠올라 웃음 짓게 합니다.
몸보다 더 큰 교복을 사들고 바지단은 접어서 입고 손목단은 안으로 집어넣어 입으며 몸을 뺑뺑돌아가는 큰 옷을 입고 피에로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학교를 다녔던 6년의 세월이 있다.
그때부터 난 제복을 싫어한다
내가 군대생활을 잘못한 이유이다.

난 두상이 못생겼다.
정수리부분은 2층양옥처럼 층이 졌고, 뒤통수는 납작 머리에 약간 비딱하게 틀어졌는데 심심할까봐 손잡이모양으로 툭 튀어 나온 부위가 있는 머리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위로랍시고 말하셨다
"넌 어릴 적부터 엄마 편하게 해 주려고 순둥이처럼 가만히 누워있어서 그래"라고 한다. 난 순둥이도 착한 아들도 싫다 .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모두 짱구머리를 갖고 있었고, 부유층에  속한 아이들도 뒤통수가 예쁘게 생겨 하이칼라로 머리를 넘기고 학교를 다녔다. 나는 자고 일어난 그대로 눌리면 눌린대로, 뼈치면 뼈친대로 그머리를 하고 학교를 다녔다.
이런 비극적인 머리를 갖고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6개월 그것도 모질라 군대생활 940일을 견디어 내는 수모의 시간에 치여 살아온 불쌍한 나의 인생이여  하며 결혼도 포기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나  신은 그렇게 불공평만 하지 않는 법인지 이쁜 미모와 고운 마음에 반듯한 생각을 가진 아내를 만나는 행운을 주었고, 아내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운이 아닐까 싶어 헛웃음이 나올 것이나   갚는다는 채무자의 마음으로 오늘까지 살아왔기에 이혼 안 당하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10대 때를 깨기 발을 들어서 돌아보니 삶의 가운데 무엇이 있였나 하고 그 기억이 흐릿하다. 지금 같은 생각으로 현재의 마음으로 살지 않았나 하는데 그것은 나의 오해였던 것 같다
협잡꾼의 마음으로 , 충동적인 생각으로  일방적으로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살았다. 우리 얘들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하고 비교하게 된다.   그때 우리 부모님의 마음으로 정성으로 나는 아이들을 키우지 못했던 갓 같아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 가운데에서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불리한 기억은 흐릿하여지고, 잘한 것만 기억이 뚜렷해진다. 하나 그 뚜렷한 기억이 한 개도 없다.


20대는 세상의 불공평만을 눈에 담고
억울함을 가슴에 품은 채 자해공갈단처럼 처참하게 그 시간을 난도질하는 어리석음을 기억한다
30 대에는 세상의 욕심을 열정으로 꽉꽉 채우고 앞으로 앞으로 나만을 위해 쏟아낸 시간만큼 채워지는 세상의 자랑으로  배 채우고, 배려심이란 이름으로  고통을 강요하며 , 이익에 집착하고  아픔의 소리들을 귀  가리고
입 닫고 살며, 등 따듯함을 추구하고, 작은 것을 가지고 누리는 것에 도취되면서  이제는 내 자랑으로 나를 채워가는 그것이 교만의 자리에 더해지며 한술 더 떠서   겸손이란   가식으로 화려하게 꾸며 살고 또 살고 지고, 그러다 한순간에 폭우에 무너진 산능선처럼  스스로를 이름으로 세상에 드러나면  쓰다 버려진 나를 기억해 냈다.
40대의 육체적 소비를 요구하는 시간이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 근육의 고통으로 피부 끝을 바늘로 찌르는 아픔이
지속적으로 강하게누르거나, 약하게 조여와도 나의 정신까지  나약하게 만들고 있을 때

당신은 그 아픔사이로  들어서고는
나의 살아온 이 40년 간섭하기 시작한다 눈물을 가져왔고 , 기도를 주었고, 돌아보는 눈을 갖게 하시고 ,
당신의 손길을 내 삶의  인도로 느끼게 하시며
나를 위한 나만의 삶에 조금조금씩 기억나게 하시며 다 가셨습니다.

50대 에는 그사이 뱀대가리처럼 고개를 들어 올린 교만의 이름을 징벌하듯이 시련이란 이름으로 다가설 때에
나는 도전으로 여기는 마음을 주신이
고통이란 이름으로 내 주변에 다가선 어려움을 과정으로 여기는 마음을
주신이 좌절이란 칼로 나를 치러왔을 때
왜 나만, 나에게만 , 나인 이유가 뭐야 라는 질문들을 수없이도 해보고 해 본다.
이 모든 것을 주신이가 이제 60대가 다가서면서 그분을 의식하고 그분에게 의존하는 삶이 바뀌면서 그분에게 의뢰하고 잠잠히 그 말을 듣기를 즐기는 삶으로 바뀔 때
이제는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지금 죽어도 아쉬움 없는 호상임을 알게 합니다.
하나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그날까지만 허락하시고, 그 이후 잠자듯이 걷어가주십시오. 그리고 어서 오셔서 그날까지 당신을 감사하며 살다 가게 하여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