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팥죽 본문
이것은 붉음을 넘어서 시꺼먼 붉음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
거다란 들통에 이 죽음보다
검붉은 팥을 넣는다.

통에 떨어지면서 지옥에 떨어지는 중생의 비명소리처럼 길게 혹은 짧게 울려 퍼진다.
서로를 밀어내듯 앞다투어 높은 듯 낮게 깔린다.
이어 순백이며 투명한 물을 가득 부어 내린다. 물이 닿은 곳에는 청명한 검붉음이 그 색감을 더욱 드러내고
거기에 불을 댕긴다.

한참 후 첫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마른 팥은 청아한 물에 어루만짐에 젖은 듯 자신을 무너뜨리며 붉음을 내어 놓는다. 서먹서먹한 듯 물은 물대로 있고, 팥은 시큰둥한 모습으로 눈길을 돌린 채 바닥에 누워만 있다.
누가 먼저일까
물이 멍글 몽글 마음을 드러내자 팥도 거기에 맞추듯이 엉덩이를 들썩거리다 이내 멈추기를 몇 번을 반복하더니 이제 서로에게 익숙한 듯 물이 한웅큼 밀어내면 팥이 이만큼 다가서고

처음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듯 미미하게 다가서다 격렬한 왈츠의 음률에 젖은 댄서처럼 온통을 물로 다가서면, 팥은 공중제비 돌듯이 허공을 감아치며 줄타기광대모양 멋을 낸다.
팥은 물과 어울려 격렬한 사랑의 꿈을 나눈다. 이쪽에서 솟은 듯 끓어오르며 뜨거운 사랑을 주고받고 자기의 몸을 내어놓듯 자기의 색을 물과 함께 나누며 그렇게 한참을 끓어오르다고 이제는 물도 팥도 없어지고 오롯이 붉은 마음만이 남아있다.

이제는 이별을 할 시간이 다가오고, 조그만 채에 얹어 ,긴 시간 함께 나누었던 팥껍질은 작별을 고한다. 그러나 슬픔보다 남겨진 그들을 걱정하는 모양새로 떠나고 나면 이내 그 기억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하얀 찹쌀이 그것에 자리를 한다.
처음에는 연한 마음의 불도 시작하여 바닥이 들러붙지 않게 긴 막대로 젖어주며 정성을 들인다.

기도의 마음으로 맛있어지고 ,소망하는 엄마의 꿈도 양념으로 넣고, 맛있어지는 입모양을 꿈처럼 그리며 말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치고,
얼굴이 붉게 변한다.

한 그릇에 팥죽을 위해
엄마는 새벽부터 사랑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