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쓸쓸함에게 물어본다 본문
햇살이 너무 좋은 날
밖으로 나가면 아직 겨울의 찬기가 그대로 느끼고 집안에서도 잠바를 껴입고 두꺼운 양말도 신어야 하는 말 그대로 뼈가 시린 날.

딱히 나갈 곳도 없고 ,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어느 일요일.
모임에서 한 5년간 같이 지내던 지인이 라스베이거스로 이사를 갔다고 카톡에 사진으로 소식을 전하고, 커피 한잔 내려 마시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다.
"왜, 라스베이거스로 갔나?"
그답을 알면서도 묻는다.

미국생활을 하다가 집하나 장만하고 30년을 넘게 빚을 갚고 은퇴할 나이에 다가오는 세금, 이제는 백만 불이 넘는 집에 세금은 년 만불을 넘어가니 걱정이 걱정을 더해 네바다, 조지아 텍사스로 이주한다. 여기서 집 팔고 그곳에 가면 3,4십만 불만 주고 집을 살 수 있으니 세금 또한 적고 남은 돈으로 조금은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셈이 되길래 오랜 세월 정든 곳을 떠나 또 이주를 한다.

젊은 날 그저 살겠다는 의욕만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와서 앞만 보며 살며
화장실 한 개인 집에서 화장실 두 개인 집을 꿈꾸고 그 꿈이 이루어지니 guest room에 따른 또 다른 화장실을 위해 살다가 그 세월만큼 더한 삶이 하나둘 자식들은 독립하고 늙은 부모만

덩그러니 남아 겨울에 난방비 아끼다고 손바닥만 한 히터만 켜고 목도리까지 하고 보낸 날이 늘고, 한 달 내내 한 번도 안 쓴 화장실 물을 내리고 다니는 날이 더하고 아침에 일어나 빵 한 조각에 커피 한잔 마시고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만

보고 아내는 자기 방에서 유튜브를 보며 해가 질 무렵 찬밥에 물 말아서 먹고는 잠자리에 드는 날이 차곡차곡 쌓인다.
일요일에 신앙심도 없는 믿음을 안고, 종교적 경건함도 없이, 사랑을 안고 나가는 모임이 아니면서도 최소한의 사랑의 미소를 볼옆에 붙이고 예배의 은혜로움은 이미 바람에 실려 보낸 듯 일주일 쌓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약간의 잘난 척과 교만 그리고 비굴한 당당함을 가지고 말이다. 허식적인 삶이 대충 끝나면 다시 일주일에 침묵으로 들어가는 수행 스님처럼 동안거에 들아간다.

오늘은 지인이 떠난다는 소식을 접하니 그 쓸쓸함이 겨울 찬바람에 더해 서글픈 마음 마저 든다.

젊은 날에는 혈기가 있어 살아왔고 오기로 버텨왔는데 이제는 무엇으로 사는지를 이 빵 한 조각에 물어본다.
커피가 식어서 미지근한다. 내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