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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아저씨

여울목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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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목

timsuh 2025. 3. 8. 10:54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마디가
있다. 이 노랫가락은 돌아가신 엄마가 참으로 고운 목소리로 부르던 구슬픈 사연이 담긴 노래다. 나는 그 시절 너무 어려서 그런 엄마의 심정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이제 엄마나이를 훌쩍 넘어서 지금 이 노래가 입을 떠나지 않는다.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
말탄님 따라서 시집가던 길
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있던 길
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엔 노을이 섧구나
옛날에 이 길은 새색시 적에
서방님 따라서 나들이 가던 길
어디선가 저 만치서 뻐꾹새 구슬피 
울어 대던 길 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엔 
노을이 섧구나 >

정말 내 마음이 섧구나
용정에서 연길까지 꽃가마대신 걸어서 재를 넘으며 산아래까지 따라나선 울 엄마는 엄마를 보면서 우리 엄마는 얼마나 눈물을 지었을까!
"영실아  너는 99칸 부잣집에 시집가니 배는 골지 않을 거야 "하는 엄마의 엄마 말을 따라나선 이 길 끝자락에 다시 못 볼 거라는 생각도 못한 채
18살 나이에 시집을 가던 나의 엄마는 술에 취해 바지 앞단을 비틀어 맨 채 잠이든 부잣집 둘째 아들을 따라서
동경유학까지 갔다 온 그는 과부 시어머니와 줄줄이 붙어있는 어린 조카까지 거느리고 사는  99 칸집
둘째 아들이다

그것이 시집살이인지도 모르고 견디워 왔고, 온세월을 몸으로 부딪치며 남에 나라에 살면서도 가본 적도 없는 조국이라는 바람에 전해지는 나라를 걱정하던 엄마의 오빠들은 나라 잃은 설움에 비분강개하고, 살아온 나날인데
엄마의 남편은 술에 취해서 하루를 열고 술에 젖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날을 보냈구나. 그 또한 조국 잃은 이들의 슬픔일 거라는 위로를 해본다.
그렇게 해방을 맞이하고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엄마의 남편은 소련 편에 서서 살아갈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는 남하를 결정하고 전재산을 반값으로 정리하고 전라도 금산으로 내려간다

멀리서부터 온 이방인이 아닌 이방인은 딸의 사위에 말만 듣고 일대의 땅을 사드린다. 농사를 지어본 적도, 소작농을 부려 본 적도 없는 타지인이
주변땅을 사드렸다는 것은 토박이들에게
부러움과 시샘 그리고 배척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삶은 의도 한 데로 가주지 않았다.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채 그저 먹고사는 것이 우선인 전쟁은 넥타이에 중절모자로 한껏 멋을 내고

모닝커피를  즐기던 아버지에게 너무 힘든 시련이었을 것이다. 부르주아는 인민에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편과 공산당을 빨치산을 가까이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죽음을 감수해야 하는 편으로 갈라지는 시기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어찌 살았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때는 우울증도 , 트라우마도, 변명도 통하거나, 없는시기였으니깐 말이다. 아침 잘 먹고 저녁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 살아있는 증거이던 시절이다. 그 세월을 어찌 눈에 담을 것이고, 그 시간을 입에 넣어 읊조릴 수 있단 말인가, 몸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데로 살았음을 늙어서 알았을 것이다. 말로 하기에 아무는 상채기위에 다시 생채기를 낼 것 같아 입 다물고 살았네.

그렇게 살다가 다섯 살 위에 언니가 중국에서부터 엄마를 찾아 나셨으나 이미 엄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엄마의 언니는 어린 동생이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찾았으나 삶의 고달픈 이 만남을 갈라놓았고,
나 또한 이곳 이국에서 살면서 언제 돌아갈 줄 모르는 그곳을 그냥 그리워하며  또한 이방인으로 살아가겠지, 하나둘 가까운 사람들은 길을 달리하고, 각자의 길로 가고 기억조차 흐릿해지고 만다

그 짧은 삶이 어찌 보면 엄마에게는
신의 혜택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온몸으로 맞이한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전쟁에 살아남으면서,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 조금 숨통이 뜨이며, 신앙에 젖어 과거를 잊기라도 하듯이 광신도란 이름으로 살아가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밤길을 따라 이 땅에 흔적도 없이 왔다가
가버린 엄마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잊기 전에 주워서 글로 담기고

기억하고 ,그 추억을 엄마의 마음에 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