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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아저씨

비가 내리는 새해 첫 주말이다.바람은 차고 마음은 날씨만큼 을씨년스럽고 쓸쓸한 그런 아침이다어떤 블로그가 한 줄 일기를 써보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아 몇줄 써보려는데첫 해 처음으로 써보는 일기는 펜으로 써 보기로 결정했다.몇 해 전 선물로 받은 잉크를 찍어서 쓰는 펜을 꺼내서 새로 산 다이어리에 어제의 일상을 적어 보았다.막상 써보려니 잉크병에 펜촉의 길이를 측량치 못해 펜 대에 잉크가 묻어 글을 쓸 때마다 손가락에 묻어 돌아가는 통에 휴지를 옆에 가져다 놓고 써야 하는 기대치 않았던 우스꽝스러운 자태를 연출하게 되었다.잉크를 찍어 쓰다 보니 글자가 누름의 정도에 따라 굵고 혹은 얇게 써지는 폼이 너무 재미가 있다.어릴 적에 누나 형님이 앉을뱅이 책상에 앉아 연애편지를 써 내려가던 기억이 있다.펜..

소망이 무어냐고 물으시다면바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리라 산등선 아래 혼자 누워 긴 시간을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을 어머니의 무덤턱을 감돌아치는 산들바람이 되어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하고 떨어져 살아온 그 시간을 보상하듯이 어머니 곁에서 아침에는 이슬방울을 드리고 낮으러 햇살에 따사로움을 나누며 저녁으로 달빛 좋은 길을 거니는 바람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돌아가신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서어머니가 보이고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 늦은 후회가 서러워 북풍한철에 몰아치는 찬바람이 되어서봄으로 다가서는 향기로운 그리움을 밀어내던 고집스러운 나의 젊은 날의 변덕을 꾸짖고 사과하여 볼곳이 없어지였고 잊어졌지만고기반찬은 아닐지라도 정결한 찬으로 따뜻한 밥을 짓어 새벽길을 밝혀서 등굣길을 재촉하던 어머니의 거칠고투박한 손..

우리를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는 소식은이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경이로움입니다.아마 아내를 만나던 설레고 떨리는 그 심정에 몇 배를 곱해야 할 것 같습니다열 달을 가슴조이고 몸을 힘들게 합니다. 입덧으로 먹지 못하여도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며 억지로 먹어야 했고, 입덧을 하면서 참아냈고 버티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돌아누워 잘 수도 없이 불편함조차 감사하며 조각잠으로 채워가면서 태어날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고, 유명배우를 그려보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반듯한 것만 먹고 고운 생각만 하면서 건강한 아이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수없는 날을 반복합니다.그리고 이 세상과 우리와 만나는 날눈도 안 뜨고 울음으로 인사를 하는 아이를 우리는 머릿속으로 의사도 만들고 , 변호사도 만들고 벤처기업사장도 만들다던 그 기억..

미국으로 어린 아들딸을 데리고 이민 아닌 이민을 오게 되면서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걱정의 마음으로 20년을 넘게 살았습니다.어느 날 갑자기 친한 친구와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고, 낯익은 골목과 정겨운 사람들의 미소를 뒤로 라고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과 헤어져야 했단 아이들의 마음을 그때는 헤아리지 못했습니다.그저 낯선 땅에서 익숙지 않는 언어로 살아야 함이 더 큰 문제였고 이유였습니다.지금, 돌아보면 숨 가쁘게 짧은 호흡만 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아이들은 그래도 어른보다 빨리 이곳에 생활에 익숙해갔고 일 년도 안되어서 학교수업을 따라가고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미국아이들로 성장해 주였습니다. 참 다행이었지요살다 보니 영주권만이 필요한지 알았지만 시민권이 있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오마카세가 인기를 구사한다.주방장에게 맡긴다는 의미로 제철재료를 신산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 대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요리를 잘하는 엄마에게 길들려 져 입맛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 아마 한국인일 것이다. 미국인들은 그냥 배가 고프니깐 먹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그들이 즐겨 먹는 아침을 보자베이컨과 계란 그리고 해즈브라운 그리고 빵 한 조각으로 혹은 시리어 한 그릇으로 황급히 아침을 채운다고 해야 할까.또한 점심은 어떤가 샌드위치 나 햄버거로 시장끼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저녁을 과하게 먹지도 않는 것 같다. 피자나 스테이크 정도 일 것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이런 보편적 음식문화에 아시아 음식을 미국인의 의식을 바꾼 것이 일식이 아닌가 싶다.일식당을 가면 미국인이 좋아하던 가슴..

오늘은 아내가 사위를 정식으로 초대하기로 한날이다.신혼여행을 다녀와 우리 가족이 된 입소식이라고 할까,결혼 전에는 딸의 남자친구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이 말도만 듣였던 정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스쳐가는 바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 눈에 기준으로 보고 평가하고 판단하였는데 결혼 후에 다가가서는 마음은 아들도 아니요, 후배직장동료도 아니며, 옆집총각은 더더욱 아닌 어색하고 멋쩍은 사위란 이름으로 가족이 됨이 또 다른 걱정과 기대 그리고 우려가 앞선다.성질 급한 딸이 잘 견딜 수 있을까?, 밥은 해 먹고살 수 있나? 등등 오만가지 걱정이 앞선다.사는 것은 살아지는 것인데 , 지나고 나면 별거도 아닌 일인지언정, 유독 내 딸에게 그셈은 복잡해진다. 단순함은 이제 기대키 어렵워진다. 우리..

아침에 일어나 10분 거리에 있는 파크로 걸어갔다. 오래간만에 해보는 산책 겸 운동이다.머릿속에 젊은 날의 기억이 있는 착각을 늘 품고 있는 것 같다.며칠 전 쌀 2포대를 들고 옮기다 허리가 아파서 고생한 게 엊그제 같은데 까맣게 있고 있다.. 아직은 앉았다가 일어나고 움직이는데 큰 어려움이 없고, 마음만 먹으면 100m쯤은 11초대는 못 끊더라도 15초대는 뛸 수 있다는 자신감만이 있다. 전 날에 본 윔블던 tennis를 머리에 그리며 몸을 왼쪽, 오른쪽 틀어 보며 테니스코드로 걷다 보니 이른 시간 몇 팀이 운동을 하고 있고, 한 팀은 레슨을 받는 듯 보인다싱긋 웃어 보이는 여유로 그들을 응원한다.테니스장을 맞대어 있는 피클볼 코드는 이미 꽉 찬 상태이다. 눈으로 둘러보며 저 정도쯤은 지금도..

꽃은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나 보다 꽃은 사람의 생각을 곱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보다 꽃은 사람의 행동을 그리는 신비로운 마력이 있나 보다 꽃은각기 가지고 있는 화사함보다 보고 있는 이에게 소박한 마음을 갖게 하는 능력이 있다 꽃은 보낸 이의 생각을 담고 그 모양대로 꾸며져 다가서는 향기를 더듬어 피어난다 꽃은 받는 이의 모습을 닮아가듯이 주는 이의 색깔을 드러내고 뽐내는 듯 짙은 내음으로 오감을 멈추게 한다. 식탁에 담아 둔 꽃은 매일 화병에 물을 갈등 나듯이 빨아드리고, 다시 물을 담으며 살아 숨 쉬는 생명력으로 보낸 사람을 기억한다 스치듯 지나쳐 식탁에 옮겨진 꽃은 그 마음에 보낸 사람을 떠오르게 하여 잠시 기쁜 추억으로 달려가게 한다 사연을 담아 세상에 씨앗처럼 뿌리고바람에 실..

너의 소식을 들은 것은 어제저녁에 전화로 듣고 확실함을 더하기 위해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후 기뻐하기로 하였으나 설레고 기쁨 마음을 추스르기가 어려워서 묻고 또 묻고 하였던 날이었단다.10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기다림 중에. 첫 번째 4주는 잘 모르고 벌써 지나쳐 갔는 길목에 서서 기억을 더듬으니 몸에 변화로 느끼게 하였을 일들 호랑이꿈을 꾼 외할머니. 튼튼한 아기가 품에 들어오는 꿈을 꾼 친할머니 이 꿈이 태몽 되어버린 이야기들을 네가 오면 들려줄 것이고, 인형 같은 아이보다 웃음이 이쁜 아기이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식당에 오면 자기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며 귀여움이 배가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 일까? 이제 8주부터는 호흡을 하면서 느끼고, 숨소리가 들리듯 생활 속에 움직이듯 ..

아침 일찍 밖에 볼일이 있어 외출을 했다.카톡으로 아들이 메시지를 보냈다.내용을 읽어 보았다."엄니, 냉장고에 케이크 넣어났습니다. 저희가 갔다 온 후 같이 열어보아야 하니 열어보시지 마세요"라고 남겼다.갑자기 궁금해진다.토요일 와서 같이 저녁 먹고 잠자고 아침에 각자 방향으로 헤어졌는데 새삼스럽게 하고 생각했다.생각보다 큰 박스에 보자기로 쌓은 케이크이다.시간이 흐른 오후에 아들내외가 왔다.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내보니 케이크 위에 라고 쓰여있었다.임신 중인 며느리가 소리 없이 웃기만 한다. 아들은 부연설명을 붙인다"케이크를 자르면 pink Color 면 딸이고 Blue color 면 아들이에요 "나는 무슨 운수 맞추기 인가하고 케이크를 좌로 우로 돌려보았다.자르는 방향에 따라 그 색이 달리하는 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