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씨암닭 본문
오늘은 아내가
사위를 정식으로 초대하기로 한날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우리 가족이 된 입소식이라고 할까,
결혼 전에는 딸의 남자친구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이 말도만 듣였던 정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스쳐가는 바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 눈에 기준으로 보고 평가하고 판단하였는데
결혼 후에 다가가서는 마음은 아들도 아니요, 후배직장동료도 아니며, 옆집총각은 더더욱 아닌 어색하고 멋쩍은 사위란 이름으로 가족이 됨이
또 다른 걱정과 기대 그리고 우려가 앞선다.

성질 급한 딸이 잘 견딜 수 있을까?,
밥은 해 먹고살 수 있나? 등등 오만가지 걱정이 앞선다.
사는 것은 살아지는 것인데 , 지나고 나면 별거도 아닌 일인지언정, 유독 내 딸에게 그셈은 복잡해진다. 단순함은 이제 기대키 어렵워진다.
우리 딸을 이렇게 귀하게 대해주라는
무언의 압박이라 할까?
이런저런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순수하게 베푸는 식사 자리이다.
항상 그렇듯이 집안행사는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
그리고 많은 레시피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고, 최소한의
일주일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식탁차림부터 접시는 무얼 쓸까,
반찬은 뭘 좋아하는지 , 알레르기는 없는지, 매운 것은 잘 먹는지 못 먹는지
시장조사를 덤으로 필요로 한다.
아마도 사위를 본 엄마들은
" 사위 사용법"이란 제목으로
논문 서너 편은 족히 쓸 자료가 있을 것이라는 과장을 덧붙쳐본다.

이제는 메뉴를 정해야 한다.
옛날에는 사위가 오는 날에는 씨암탉을 잡아 상에 올린다 하여, 우리도 씨암탉은 아니지만 닭요리로 정했다.
시골에서 닭은 단백질공급원이지 아니한가 또한 여기서 생산되는
계란은 남정네들에 아침식단에 귀한 것이지 않는가, 이러니 닭 중에서도 씨암탉은 그 집 안에 먹거리 중심이고, 집안에 재산일진대
망설임 없이 이 씨암탉을 사위에게 고아준다는 것은 그 의미함이 많다는 것을 사위 놈들은 알까?
그래서 요새 사위들은 씨암탉도 못 얻어먹으면서 처갓집에 쩔쩔매고 사는 것일까?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삼계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3일 전부터
불과의 전쟁이 불가피한 과제이다
닭은 첫째로 양기가 많은 음식재료이다.
이 음식을 먹고 자녀를 가짐에
내 딸이 자유로워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다산이 중요한 그 시대에 유산이지만 아직 자녀에 재한 귀함은 시대를 불문하고 갖는 정신일 것이다. 아기는 여자가 낳는데 남자가 잘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 시대는 알고도 모르고 모르고도 넘어가는 것이 미덕인 시대이므로 따지지도 AI에게도 묻지 말자.
닭을 다섯 가지의 덕을 두루 갖춘 새라고 일컫는다. 머리에 쓴 벼슬은 학문을 가리키며, 다리를 들고 싸우는 것은 용맹을 나타내는 것으로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헤쳐나가는 것을 말하며,
먹을 것을 보고 다투지 않는 것은
양보하고 나눌 줄 아는 마음을 가지란 의미이며 , 때가 되면 시간을 알려주는 것으로 항상 반듯한 생활을 바라는 뜻을 담아 닭을 잡아 오랜 정성으로 각종 좋은 것들을 넣어 고아준다고 한다.
이렇듯 사위에게 장모가 잡아주는 씨암탉에는 딸의 행복을 소원하는 친정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위는 내 딸을 위해 사회적 부를 추구하면서. 내 딸을 위해 세상을 대적하는 건강을 가져야 하며,
내 딸을 위해 목숨도 기꺼이 내놓을 용감성이 있길 소원하고 , 내 딸에게 무조건 양보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진
참을성 있는 남편으로 오롯이 가치를 두고, 인내를 인성으로 쌓으며
새벽을 깨우듯이 부지런함 삶을 지향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내 딸을 위해 알람도 되어주길 원하는 마음이 담아 있다는 것을 알지는 못하겠지만 장모의 그 정성은 알 것이라 믿는다.

삼계탕을 끓여준다고 하여 오후 3시에 오기로 하였다.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전날 화씨 93도가 넘는 더위에 3시간 넘게 4시간 끓이고 끓인 삼계탕을 냉장고에 넣고 2시간을 기다려 위에 뜬 기름을 걷어내고, 혹시나 부족할까. 갈비찜도 만들어 넣고
같이 먹을 겉절이까지 묻치고 여러 가지로 손이 많이 간다. 한치에 허술함도 없이 아내가 이렇게 주도면밀한지 오늘 비로소 알았다.
사위가 유독 젓가락이 많이 가던 작은 멸치볶음도 만들고 딸이 좋아하는 나물도 서너 가지 더 준비하고는 하루를 기다린다.
사위와 딸이 왔다.
아내의 마음을 상위에 담았고
이 상위에 음식 차림처럼
사위를 이렇게 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듯이 우리 딸도 귀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항상 기억하길 원한다 말했다.

아내의 정성을 상위에 드리우고
우리 딸을 사위가 가진 가장 큰마음으로 소중하게 대하고 섬기길 소망한다.
아내는 사랑을 삼계탕에 풀어놓았다. 여자는 엄마 소리를 듣기에 합당한 사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