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들숨으로, 날숨으로 본문
우리를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는 소식은
이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경이로움입니다.
아마 아내를 만나던 설레고 떨리는 그 심정에 몇 배를 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열 달을 가슴조이고 몸을 힘들게 합니다. 입덧으로 먹지 못하여도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며 억지로 먹어야 했고, 입덧을 하면서 참아냈고 버티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돌아누워 잘 수도 없이 불편함조차 감사하며 조각잠으로 채워가면서 태어날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고, 유명배우를 그려보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반듯한 것만 먹고 고운 생각만 하면서 건강한 아이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수없는 날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과 우리와 만나는 날
눈도 안 뜨고 울음으로 인사를 하는 아이를 우리는 머릿속으로 의사도 만들고 , 변호사도 만들고 벤처기업사장도 만들다던 그 기억은 이제는 잊어버리고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코, 눈 입을 먼저 살피며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를 바라는 꿈쟁이로 우리를 만듭니다.
눈도 안 뜨고 막가파식으로 울기만 하며 우리에게 온 기쁨은 격한 감동을 주고
목을 들어 숨을 쉬려는 듯 붉그락 붉그락 거리며 얼굴을 뻘겋게 하는 모습을 하다가 24시간 자고, 먹기만 하는 우리를 닮은 우리를 보면서 눈을 감고 있는 아이의 가슴에 귀를 대보고, 숨은 쉬는지 코에 손가락을 대 보며 보내던 그 시간이
가슴 설레게 행복한 하루하루였고,
잠이 부족한 우리에게 주는 비타민 같은 귀한 선물이었다.

혼자 걸으면서 넘어질 듯 기우뚱 거리는 걸음품새에 우리까지 온몸을 이리 틀고 저리 비틀며 반응하는 그 경의로움은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구하기 위해 여의봉을 휘두르며 나타날 때에 비교할 수 있을까 결혼식장에 서있을 때 느끼던 떨리고 좋았던 그 기분에 견줄 수 있겠나 싶다.

입학식날 운동장을 꽉 메운 새내기들이 삐틀삐틀 선 줄에서도,
많은 꼬맹이들 가운데 유독 우리 눈에
들어오는 핸섬하고 부티 나게 만 보이는 내 아이를 쳐다보기만 해도 흐뭇함과 우리에 대한 대견함으로 가슴이 욱하는 기분이 운동장을 차고 넘치고 확대된 우리 아이만 보인다.
공부는 좀 못하면 어때하고 자신을 포기하여 보는 순간도 있었고, 이 정도 말썽이야 하고 포기 아닌 위안을 가져본 것이 또 얼마나 많은가, 식당 가서 가만히 앉아있기, 공공장소에서
나데지 않기 등

우리 뜻하고는 상반되는 행동으로 우리를 얼마나 분노케 하였으며 장난감 가게바닥에 누워서 생떼를 피우던 그때는 새치기하는 앞차를 보았을 때 느끼던 분노보다 10배는 더한 화를 몰아치던 그 열정을 지금은 귀여운 도전정신쯤으로 넘길 수 있을까.
그래도 쳐다보고 같이 아침으로 밤으로 한집에서 부딪기며 살다가 자기네 마음에 압박을 느끼기는 하는지
게임을 못하게 하거나 , 집안일 좀 시키려 하면 분기탱천하여
"나 독립할 거야"라고 하지도 못하는 투정을 받아주던 그날들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낯설고 어색한 자기네 짝들을 인사시키려 왔을 때 자기네들이야 죽고 못살겠지만 우리네는 하나에서 백까지 단점투성이지만 네 새끼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100가지의 단점을 겨우 100가지 장점으로 바꾸는 이 신비스러운 기술은 어디서 생긴 것이며, 변할 것 같지 않던 이 마음은 봄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은 너희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눈 녹은 자리에는 그 흔적이 있음을 알까?
그렇게 우리네 손을 떠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둘이서 싸우지 않고 고집 피우지 않고 심통 내지 않고 오늘도 살아주니 고맙고 기쁜 일 아닌가 하고 위로하고
바람이 불어오듯 그 기쁜 소식이
더하고 첨해지니 우리네 그 시절이
추억이고 기쁨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이제 남은 시간을 무궁무진하게
기대하지만 아이들에게 기대보다는 즐거움이 크고, 조바심보다는 흐뭇함이 더하고, 불같은 분노보다는 넘치는 웃음을 보태는게 이제 아이들 이 기쁨을 바람에 태워서 우리 가슴을 채우고 또 채운다.

들숨으로 사랑하고 날숨으로 감사한다.
사랑, 사랑했고 , 사랑하고 사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