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Pink or Blue 본문
아침 일찍 밖에 볼일이 있어 외출을 했다.
카톡으로 아들이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을 읽어 보았다.
"엄니, 냉장고에 케이크 넣어났습니다.
저희가 갔다 온 후 같이 열어보아야 하니 열어보시지 마세요"라고 남겼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토요일 와서 같이 저녁 먹고 잠자고 아침에 각자 방향으로 헤어졌는데 새삼스럽게 하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큰 박스에 보자기로 쌓은 케이크이다.

시간이 흐른 오후에 아들내외가 왔다.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내보니 케이크 위에 <Pink or Blue>라고 쓰여있었다.
임신 중인 며느리가 소리 없이 웃기만 한다. 아들은 부연설명을 붙인다
"케이크를 자르면 pink Color 면 딸이고 Blue color 면 아들이에요 "
나는 무슨 운수 맞추기 인가하고 케이크를 좌로 우로 돌려보았다.
자르는 방향에 따라 그 색이 달리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자를 방향을 보고 있자니
아들은 아빠가 이해를 못 한 것 같다고 한다. 이 케이크는 태어난 아기가 손녀인지 아들인지 알려주기 위해 하는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난 솔직히 파란색케이크가 나올 줄 알고 케이크칼로 케이크를 잘랐는데 핑크색깔이다 순간 당황했다.
"아버지 손녀예요"하고 말을 한다.

난 남아선호사상이 있거나 사내아이를 바란 것은 아닌데, 며느리가 임신했을 때 아내가 꿈을 꾸었는데 대장부아이가 품에 쑥 들어온 꿈을 꾸었다고 하고, 입덧도 안 하고 얼굴에 여드름도 생겨
엄마와 성이 달라 생기는 신체변화라고 하여 100퍼센트 그 말을 신뢰하고, 주위모두 아들이라고 해서 임신을 안 날부터 사내이름만 지어놓고 또 지어 놓았는데 난감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내색은 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런 테크닉도 나이가 들면서 늘어난 가식의 한 부분이다.
그래도 위로 납시고 한마디 거들었다.
"딸은 살림밑천이고 ,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타고 다닌다고 하자나"라고 말이다

덧붙여 아내도 한마디 더 거든다
"딸 낳은 엄마는 싱크대에서 죽는다는 말도 있어"라고 말이다
그렇게 웃고 서로를 위로하고 기쁨을 나누웠는데
아들내외가 간 후
나는 dining room에 앉아 텔레비전을 아내는 living room에 앉아 유튜브를 보며 한동안 말이 없았다.
그렇게 일요일 오후는 지나갔다
옛날에 딸을 낳았을 때 아버님이 병원에 오셔서 태어난 손녀를 보고는 혼잣말처럼(다 들리게) 말하셨다
"아들이면 얼마나 좋게냐?"라는 말이 귓전에 울려 퍼지는 것 같다.
그 마음을 이제는 이해하고 공감하는 나는 이제 할아버지가 될 준비가 되었나 보다.

딸은 가슴 아프고 안타깝고 마음 조이는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 아들은 안쓰럽고 불쌍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내가 아들로 태어나서 있까 싶다.
아들로 살기 위해 태산 같은 힘이 들이며 살아야 하고, 남편으로 폭풍 같은 시대를 막아야 하는 방파제가 되어야 하며, 아빠로서 견디어야 하고 참아야 하는 그 많고 많은 계곡을 넘고 또 넘어야 하는 우리 아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첫 손녀를 기다리는 설렘과
어떤 놈일까 하는 기대감이 오늘 이 밤을 어지럽혀 놓아 새벽의 여명을 보며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