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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아저씨

하늘이 부르시면 (소천) 본문

카테고리 없음

하늘이 부르시면 (소천)

timsuh 2024. 2. 10. 04:21


생선가게아저씨
2023. 11. 30. 07:40

매화꽃잎이 산산히 부서져
날리는 어느 날씨 좋은날


하나님이 나를 부르시면
아들 상견례할때 입을려고
장롱에 넣어둔 양복을 꺼내입고

딸이 생일날 선물한 중절모로
한껏  멋을 내고

아내가 툇마루에 닦아 놓은
검정구두를 신고 먼길을 떠나야 합니다.


이가 시리도록 청명한 하늘은
나의 외출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아내는 부엌에서 솜씨를 내고
아들은 딸은 그렇게 각자의 일에 바쁜 날

난 하나님의 집으로 그렇게 갑니다

첫걸음은 즐거움이였으나
동네 어귀를 돌아갈쯤
고개를 돌려 나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내가 눈에 밟혀
걸음을 옮길수 없습니다


길을 재촉하는 하나님의 사람을 따라
집이 어렴풋이 보일쯤에는

혼자 잘난 척하면서 자동차오일조차 알지 못하는 딸이 눈에 밟혀
눈앞이 흐려집니다
걸음을 재촉하는 소리가 클수록
다리가 이젠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갈까
어찌 먹고 살아갈까
너무 힘이 들어 벅찬 삶일 덴데
가슴이 저미듯이 아파집니다


또 재촉합니다
갈 길은 먼데 ,만 가지 걱정이
걸음을 누르고
눈물이 앞길을 가립니다
정말 이렇게 가야만 하나
난 왜 하나님의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슬프고 어려운가
세상에 진 빚이 너무 많아서일까?
아님 세상에 미련이 많아서일까?


긴 세월 못난 이 사람을 믿고
의지한 아내가 애달프고
넉넉하고 풍족함도 누리지 못한
아들과 딸이 서글픕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만해지자
이렇게 손을 놓아야 하다니
많은 것을 어찌 헤쳐나가는
살라고 말입니까


이 길이 천국으로 향한다 하여도
난 아내와 아들딸과 더 살고 싶은데
하늘이 나를 부릅니다.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말입니다

이제 그렇게 한도, 아쉬움도,
미련도, 애착도, 욕심마저
다 놓아 버리고 빈 몸뚱이로 갑니다


그래도 양복 한 벌 얻어 입고 갑니다

30년 전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뵙길 소망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