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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아저씨

장발단속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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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단속

timsuh 2024. 2. 9. 09:07

그때는 넉넉하지 않아도 옆집에서 콩나물 무침을 하면 우리 집 멸치볶음과 나누어 먹던 정이 있던 시절이다. 서로서로 사정을 너무 잘 알고 가슴 아픈 일은 같이 가슴 아파하고, 앞집아들놈이 잘못을 하여 매타작을 하면 같이 흥분하여 욕을 해 되고 말리던 정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유독 장마철만 되면 집집마다 침수가 되고 , 온거리는  물이 고여 깨기 발을 들고  조심조심 길을 걸어야 하 던 포장도로보다 흙탕길이 더 많았던 시절이다.
삼끼는 다 못 챙겨 먹어도 자식 놈은 공부시키겠다고 , 온거리에는 재수생이 넘쳐나고 운동복 바람으로 골목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워 되던 백수 아닌 재수생들이 학원가 보다 음악다방에 더 많던 시절


어떻게 어떻게 간신히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대학은 쳐다보는 것
조차 벅찬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생이라는 이름만으로 대우를 받던 그 시절  거리에는 공순이, 공돌이라 불리는 산업역군이 나라의 경제를 책임을 지고 ,
대학 앞에는 매일같이 데모를 최루탄내음으로 신음을 하며 ,  
한숨을 몰아 쉬며 그들을 한심하다고
손가락 질을 하던 그런 시절.
어떤 이는 암울하다 하였고 또 다른 이들은 기타를 둘러메고 담배를 피워대며 발음도 맞지 않는 팝송을 불러 되던 그 시절.


어깨까지 머리를 길러 도끼빗으로 감아 넘기며 음악다방에 죽치던
그 젊은이는  해가 져 어둑어둑해지면 무교동 골목으로 하나둘 모이고
쥐 죽은 듯 조용하던 이 골목에 레온빛이 하나둘 켜지며 귀를 째는듯한 음악들 속에 긴 머리를 보물 다루듯 챙기며 걷던 그들은
삼사오오 짝을 지어 나이트클럽입구에 서서 돈을 모아 본다.


멀리서 울리는 호각소리가 오늘따라
거칠게 울리고 한순간 밀려오는 무리를 쳐다보다 장발단속반에 밀려오는 군중 속에 도망쳐 본다. 그러나 입구반대쪽을 막고 서 있는 사복경찰에 잡히고 그 자리에서 어떤 이는 이발기로 귀밑에서 머리 장수리까지 고속도로를 내고 , 보내주고  약간 껄렁껄렁거리는 우리는 이내 한 줄로 서서 경찰서로 향한다. 잠시 도로에 노란 줄을 쳐놓고  단속에 걸린 이들을  어설프게 한 줄을 빙돌려서 쳐 놓은   그 안에서 나가면 죽는 일이 생기는 듯 가만히 서있었다


어느 누구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때는 통행금지가 있어 경찰서에서 날밤을 새고 아침 일찍 즉결심판소로 향하고 말 그대로 즉결발금형을 받고, 판사는 몇 명을 불러  벌금형을 때리면   벌금을 낸 사람은 일찍 가고, 못낸사람은 가족이 와서 벌금을 내야만 나올 수 있었던 그때  한쪽 머리는 바리깡으로 허옇게 줄이 난 채 , 갖은 구박을 다 들으며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던 그때가 있었다.


모자도 흔하지 않아 엄마 보자기로 머리반을 가리고 오던 그 시절이 왜 이제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그 구박하던 엄마의 말소리가 그립고,
힐끔힐끔 쳐다보면 웃던 교복 입은 여학생도 보고파지고, 안 됐다면서 버스 요금을 안 받던 차장아가씨의 고마움도 느껴보고 싶다.
그 20번 노선버스는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