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꿈일지라도 본문
몸이 허해진 탓일까 꿈이 많다.
너무도 맑은 물이 건물을 둘러싸여 있다
처음에는 나지막한 물인지 알았는데
열 척이 넘는 깊은 물인데 , 바닥이 다 보인다. 이가 시리도록 맑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 저 멀리 둑이 보인다 그곳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에 뛰어든다 아참! 난 수영을 못하는데 할 순간 너무도 수영을 잘한다.
그 먼 거리를 팔을 두어 번 저으니 도착했다. 그래 꿈이니깐.

반가운 여인이 기다리고 있다. 4살이나 5살 사내아이가 옆에 서 있다
반가운 여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고 이 사내아이는 또 누구인가 그러나 친근감은 있다.
시골스러운 다운타운을 사내아이 손을 잡고 반가운 여인의 뒤를 쫓아 걸고 있다.
아는듯한 길 풍경인데 어딘지는 모르겠다. 옛날 70년대 수유리 동네 익숙하고 낯익은 길이다. 꿈은 다 그렇다.

나무 판자문으로 출입구를 막은 가게 앞에서 주인인듯한 남자가 장발의 머리를 흔들면서 가게문을 닫았다고 퉁명스럽게 말을 던진다. 꿈은 대화를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낌으로 듣고 이해하는 듯싶다.
6시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6시가 넘었구나 , 아직 밝은데 말이다.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반가운 여인은 없다

사내아이에게 문 닫은 가게 앞에 있으리고 하고 반가운 여인을 찾아 나선다.
얼마를 헤맸을까 , 반가운 여인과 만났다.
그 여인은 긴 창이 있는 모자를 쓰고 사내아이를 묻는다. 사내아이가 사라졌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올해는 여름이 참 더웠다. 그 짧은 잠을 자면서도 꿈을 많이 꾼다.
앞뒤도 맞지 않고, 이유도 없는 그런 꿈을 말이다. 아마 여름의 이 더위를 견딜 힘이 몸에서 빠져나간 탓이 아닐까 싶다.

더위에 맞서서 땀을 흘리며 견디어 내고, 숨이 헐떡이며 찬물에 몸을 던지며 그 여름밤을 이겨내던 그 힘이 이제는 없이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침대에서 일으켜 내지 못한 채 땀만 흘린다.
이제는 기계에 의지하여야 한다.
부채로도 아닌 선풍기도 아닌 조각난 천장을 통해 쏟아지는 바람에 의지한다. 오분도 안 되는 순간에 쾌적함이 온몸을 감싸고 정신도 맑아진다. 이 긴 여름을 이기는 장수처럼 갑옷을 입고 긴 칼을 찬 채 더위를 전쟁을 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오후가 되면 온도는 더 치열해지고 높아진다
에어컨이란 최신무기를 사랑하고
가까이하면서, 불 앞에서 땀으로 막아서는 병졸의 흐려진 눈빛과 멍한 머리는 이여름을 이겨내야 하는 숙명을 가진 마구간의 병졸이 된다.

아직 속옷도 챙겨 입지 않은 바람난 여름날의 색시는 가을이란 서울아가씨에 밀려 문턱에 앉은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참으로 간사하게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더운물에 손을 담근다.
이렇게 가을은 오고 또 한 해가 간다.
이제는 하루하루가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젊은 날에는 이 더위를 이기는 힘이 있었고, 겨울을 견디는 기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힘도 기력도 나에게서 멀어진다

오늘도 그날과 같은 24시간 하루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