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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아저씨

포도가 익어갈때 본문

카테고리 없음

포도가 익어갈때

timsuh 2024. 8. 7. 07:17

올해는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더위가 스밀스밀 반바지를 타고 오다가 한밤에 이르러는  열대야가 되어 침대에서  나를 밀어낸다.
잠자리에 들면 창문을 통해 더운 바람이 인민군처럼 밀어닥치고 , 그 바람을 타고 땀이 계곡을 만들었다. 참 더웠다.

철제담장을  타고 올라가던 포도나무도 그 열기를 견딜 수 없는지 잎사귀가 타들어가고 매년맞이 하는 포도농사는 올해는 잎사귀만 무성하고, 씨알이 없는
덩굴로 이어진다.


5년 전 담장이 휑하니 들어다 보여 costco에서 포도나무 3그루를 사서 화분채 철재담장옆에 세워놓았다.
생각이 나면 물도 주고 청소하다가 휙 하고  호스줄기로 뿜어주는 정도로 2-3   년이 지났을까 어느 날 이때쯤 새끼손가락 첫마디만 한 포도덩굴이 두서개 생기고 말더니, 그것도 농사라고 늘어진 덩굴이 보기 싫기도 하고, 거추장스럽기도 하여, 이리저리 묶어주고 더 뻗어 나온 가지는 가위로 툭툭 잘라주면, 또 흐뭇한 마음이 으쓱해지는 우열감까지 드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는
이 포도나무에게 까지 미쳤는지 비리비리 꼬인 줄기는 80대 노파처럼 세파에 시달려 지친 듯 죽어가던 이 마른가지로 가을부터 겨울을 견디다가 , 3,4월이 되면 분단장을 곱게 한 새색시처럼 쪽진 머리를 드려 밀더니 초록저고리로 갈아입고는  긴 잎사귀에 두루마기를 입듯이 , 모양새를 깆추더니 언제맺혔는지도   모르는 포도송이를 노리개처럼 허리춤에 꿰차고는
청색의 씨알을 한 움큼 움켜쥐고 ,
햇살과 햇볕 그리고 바닷바람을 안고 스쳐가더니 이제는 짙은 커피색으로 익어가면 초록 입사귀사이로 언뜻언뜻 포도송이는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작년 이때쯤 이런 여파 탓인지
기억지 도 못했는데, 제법 굵은 포도알을 드문드문 뽐을 내고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품을 들여 따서 넣으니 그 양이 제법 양동이로  반이상을 차지하였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와인을 담가볼까?
포도잼을 만들어 볼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져보고 유튜브를 보면 공부 아닌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것을 한다는 자체가 흥분되고 설레는 것이 있었고 그 이후에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한층 상승하더군. 소주를 사서 포도알 위에 붓고 그늘에 일주일를 두고 보다가

다시 일주일 후에 씨앗을 짓이겨서 고급와인을 꿈 꾸어보는 망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기억이 있다.
온식구가  같이  포도송이로 만든 와인을 나누워 마시며, 약간의 기대감은 소주에  포도쥬스를 섞은 맛에 경악을 하고  소주와인을 한잔마신후

더는 마실수 없어 쟝르를 맥주로 바꿔서마시던 기억이 새롭다. 다시는 이런우를 범하지말자 다짐했는데 이 포도송이를 보니 다시 욕심이 생긴다.
이 끊어지지않는 물욕을 이제는 버렸는지 싶었는데 아직이다


이처럼 한 해가 즐겁다.
아침에 일어나 몸은 피곤하고 고단하여도  커피에 빵 한조각을 먹고 포도알이 풍성하게 핀 작업장으로 간다.

더위에 지쳐 찌든 잎사귀로 하루를 맞이하는 이 넝쿨에 물호스로 한낮을 식히면 디시 푸릇푸릇 잎사귀가 살아난다. 우리의 꿈이 살아나듯이 말이다.나의 시간도 살아나고,마음도 살아난다. 이제 몇 번이나 이 포도송이는 만날 수 있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
몇번이면 어떻고,아니면 또 어떻것인가
그냥 오늘 지나온 날을 보상받는 마음으로 쳐다보고 공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크고 자라서 한해를 알려주는
시금석같은 역활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은가. 악다구를 치던 삶을 뒤로 이만큼 밀어내니,철학자라는 찬란한 착각에 꼰대가 되어간다

그래서 삶이 즐겁고 감사하고 고맙다.
아무란 댓가도 없이 보는이를 즐겁게 하는 포도처람 ,기대가 없어도 송이마다 풍성함이 있고, 어김없이 계절에 따라 왔다 가는 변화가 있어  좋다.
올해도 와인만들기를 실패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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