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이제는 정겨운것들 본문
봄에는 냉이를 캐서 된장국을 끓여주던 정겨운 손길이 있었다.

개울에 나가 올갱이를 잡아 대파를
쑹쑹 썰어 넣고 된장 풀어 한 끼를 책임지던 때가 그리워진다.
석유값이 아까워 풍로불을 켜지 않고
그 더운 여름 군불을 피워 음식을 하던 어머니의 땀에 지어진 밥을 먹었던 어린 시절이 정겹게 떠오른다.

장날에는 고등어 한토막을 사 와서 구워 서로 먹으려 하다 어머니의 젓가락으로 저어내는 모습에 아버지에게 형에게 양보하고 뼈다귀만 먹었던 그 식탁이 정겨웠던 시절이다.

밥을 지으면 제일 먼저 첫숟갈으로 담아낸 아버지의 밥을 기억한다
항상 아래목에 밥한그릇을 놓아둔 어머니는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의 밥일수도 있고 공부하다 늦은 저녁을 먹는 형의 밥일수도 있는 정이 넘치는 밥이 있던 안방에 눕고싶다

텃밭에 아무렇게나 풀떼기인 줄 알았는데 엄마 손을 걸치면 한상 푸짐한 먹거리가 되었던 그때
토마토를 쓱쓱 잘라서 쟁반에 담아 그 위에 설탕을 뿌려서 학교가 끝나서
집에 오면 대청에 내놓은 빨간보다 더 빨간 토마토의 단맛에 취해 허겁지겁 먹고는 모자란 듯 쟁반 위에 담긴 접시에 고인 토마토 국물을 드러 마시던 그 달콤한 맛이 기억난다.

소풍날에나 맛보았던 김밥과 청량음료 아끼고 아껴서 마시다 집에 가서 동네 아이들에게 자랑하고픈 마음으로 남겨온 청량음료를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졸다가 손에서 놓쳐 뒹굴면서 굴러다니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추위에 더덕더덕 문을 막고 부치고 추위를 피해 보려는 몸짓
이불속에서 낡은 내복을 입고 게으름을 피우던 그 시절 윗풍은 왜 그리도 많았나 모르겠다.

지금은 전화를 하면 따뜻한 것은 따뜻한 대로 찬 것은 찬 데로 집 앞에 대령되는 정겨움이 없는 지금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의 손을 걸치지 않으면 야채는 풍성귀로 남아 있고,
생선은 비린네를 풍기는 살덩이로 남아 있고, 작년 겨울에 담근 된장을 펴서
우거짓국을 끓이고, 올 겨울에 담근 김장김치를 뒤뜰에 가서 한 포기

썰어서 한 그릇 수북하게 쌓아 놓고,
쌀 조금 보리 많이 콩도 넣고 좁쌀도 곳곳에 뿌려 놓은 듯한 밥 한 공기 듬뿍 받아먹던 그 시절에 채워지지 않던 배고픔이 그립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허리 한번 퍼지 않은 채 부엌에서 종종거리던 어머니가 눈물 나게 보고 싶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정겨움이 이제는 끝이 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