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나만의 윔블턴 본문
오늘은 Andy다.
보는 순간 티아포인줄 착각하였다.

구력인 10년이란 말에 조금은 긴장했지만.다 그렇듯이 뻥카가 있는법으로 위로를 삼는다. 흑인들이 보편적으로 그렇듯이 짧게 갂은 머리에 , 다부진 체격, 액세서리를 많이 한 것이 흡사 테니스선수를 흉내 낸듯싶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티아포가 우상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스타일도 비슷하다.
몸풀기로 공 몇 개를 주고받으니 길게 보내는 볼이 힘이 있다. 백스윙에서 라켓을 휘둘려 손목으로 걷어 치는데 받기가 만만치 않다.

서브는 안전서브를 구사하는군. 이때까지는 그랬다. 구력이 짧은 탓이다.
그래 한번 1승을 챙겨보자는 마음으로
발목보호장비까지 묶고 시합에 응하여 본다. 6게임 1세트로 하기로 협의하고
내가 먼저 서브를 넣기로 했다.
첫 서브
그래 와일드로 길게 넣으면 오른손잡이니깐 반스윙으로 반격을 가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토스를 하고 스핀서브로 와일드 쪽을 공략한다. 아니 공이 미쳤나 왜 네트에 걸리는 거야. 다시 세컨드서브 다.
심장이 여린 탓에 안전서브로 보냈는데도 역시 네트에 걸렸다. 더블포트 다.

그러나 애드코드는 나의 강점이다
슬라이스를 듬뿍 담아서 보내주마
그렇지 역시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
예상은 하고 있었겠지만, 왼손잡이의 서브는 녹녹지 않은 법이다. 나의 실력에 놀랬을 것이다. 얼굴에 자존심 때문에 표시는 안 했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좀 약하게 보내지만, 정확하게 넣고 3구 5구에 결정을 져주마
센타로 툭 쳐서 몸중앙에 서브를 넣자 역시 포핸드로 몸을 틀어서 받아넘겨진 볼이 조금 높게 떠서 나에게 온다 회전도 스핀도 없이 아주 단정한 새색시처럼 말이다. 나는 욕심을 버리고 가볍게 백핸드 발리로 툭 밀어 넣자라고 생각했는데, 서브엔 발리로 들어가야 할 내가 베이스라인에 그대로 서 있다니
황급히 백핸드로 걷어내고 5구를 포핸드 강스트록으로 끝내주리라 마음먹었는데
언제 와있었나 , 서비스라인에서 살짝 발리로 끊어친 볼이 대굴 네트 앞에서 재롱 피듯이 서너 번 뛰기며 나를 부른다.
손을 들어서 미안하다는 표시 뭐가 미안하다는 것이냐, 잘못 맞은 게 미안한 건지, 자기실력이 이 정도라는 의미인가

이렇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상상을 하자,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서브 앤 발리로 3구에 마무리를 하자.
와일드로 보내면 라인밖으로 빠져 걷어낼 것이고, 난 전진하면서 포핸드발리로 끊어치듯 밀어내면 된다.
그래가자 나의 서브가 너무 강했나 받아치지 않은 채 옆으로 그냥 흘려보낸다. 아직 안 죽었군 라며 나를 칭찬한다. 걸음을 옮겨 듀스라인으로 가는 나에게 들리는 외마디
" 아웃" 이런 교양 없는 짓거리인가
나는 최대한 좋은 목소리로
"온 더라인" 그러나 다시 쐐기를 박듯 외치는 소리에 따지고 들정도의 영어실력이 아니니 받아들이자

매너 있는 내가 아웃으로 인정해 주자, 세컨드서브는 킥서브를 맛보여주마 갈고닦은 킥서브를 보내자 당황한 듯 황급히 치기에 바쁜 적군에게 나의 날카로운 슬라이시를 칼로 자르듯 보여주듯 쳐내자, 네트를 타고 낮게 깔려가는 볼을 , 낮은 자세로 자객처럼 물을 자르듯 걷어낸다. 나에게 달려오는 볼을 거침없이 진군한다 돌면서 감기며 그러나 나는 기다렸다는 듯 라켓면만 살려서 밀어주자 아무도 없는 공간에 밀려가듯 내려앉는 볼이 나에 방긋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듯 상표를 내보인다. 자랑하고픈 어깨를 숨기고 담담하게 걷는 나의 걸음에 웃음이 묻어난다.

기분이 상했는지 빈라켓을 휘둘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으나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난 고수의 품위를 지키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법이라는 명언을 새기어 받들면서 말이다. 첫 게임은 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어서 적군의 서브로 시작되었다.
역시 구력은 속이지 않는 법인가 보다 안전서브를 구사하던 앤디는 큰 체격에서 쏟아내는 파워에 정확성을 더해 나의 폐부를 찌르는 수술칼처럼 날카롭게 날아오고,곁들여진 서브의 변화는가름치 어려울 정도의 변화무쌍함을 가지고 있였다.
막상,막으려 해 보지만 번번이 라켓가장자리에 맞고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외쳐본다
"그래 강서브는 10번을 넘지 않는 법이야" 라면 나를 다스린다.
서브를 하기 전에 먼저 예측하고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온 서브의 패턴을 꼽씹어본다.
첫 서브는 듀스코는 와이드, 애드코드는 티존으로 보내는 것이 기억에 떠올랐고 토스를 하면 왼발을 먼저 움직였다.. 예상은 맞았다.

두 손백핸드로 다운더 라인으로 뚝 밀려 치자, 적장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작전본부가 무너짐을 보고 있는듯하다. 통쾌하다.
애드코드는 센타로 올 확률이 많다
나는 2 족장 더 뒤로 물러났다.
단순한 녀석 센타로 오는 볼을 포핸드로 몸을 비겨서 걷어치우자 , 적장은 보급창고가 폭탄을 맞은 듯 헛 라켓짓으로 대응할 뿐 애처롭다.
내실력은 받아주고 같이 놀아준 것은 거기까지였다

적장은 물을 마시며 나를 보고 싱긋 웃는다. 꼼꼼히 생각해 본다. 그 웃음의 진위를 허지만 내가 압도하지 않는가
"엑설렌트, 굿, 베리굿 "을 외치는 소리에 난 눈멀고 귀마저 멀고 말았나 보다.

"그럼, 땀은 속이지 않는 법이야"
이 말을 생각하고 기억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식은땀은 속이는 법이다라는 진실을 말이다.
이후에 게임은 먹이를 쫓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작이 의도한 대로 앞으로 오라면 앞으로 뛰였고, 왼쪽으로 밀어 붙이면 왼쪽으로 , 오른쪽 하면 훈련된 개모양 뛰다가 6대 1 퍼펙트하게 졌다.
한 포인트도 더 보태지 못하고 러브게임으로 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발이 무거웠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진 모습을 머리에 그렸지만 , 그런 상상만을 할 뿐이었다.
이렇게 그 더위에 나의 윔블톤은 1회전 타락으로 끝이 났다.

언젠가 이길 그날을 위해
내일에는 새벽에 나가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