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이발소 집 아들 본문
옆집에 살던 사내아이는 11살이다.
나의 친구 창수다. 나보다 머리하나가
더 큰 비쩍 마른버짐이 많은 얼굴을 한
조금은 엉뚱하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이 나와 죽이 잘 맞았다.

9살 여동생 하나가 있는데, 엄마가 일 나가면 낮에는 오롯이 오빠 챙기는 것이 일과였다. 삼대독자란다.
창수 아버지는 아래동네 이발소에 이발기술자였다. 포마드기름으로 8대 2 가르마를 한채 아침에 일 나 가는 모습이 드라마에 나오는 춤꾼 아저씨 같아 너무 좋아 보여, 아버지를 졸라서 이발소에서 8대 2 기르마를 해본 적이 있었다.
기생오라비 같다고 믿음이 좋은 우리 엄마는 싫어하였다.

창수 엄마는 쉬는 날이 없었다.
주중에는 식당에서 음식도 하고 서빙도 하고 , 주말에는 기사식당에서
일을 하였다. 주일에는 교회에 가서 교인들에게 국수를 말아주던 억척스러운 아줌마였다. 아침에 잠깐보고, 저녁에는 본 적이 없다. 허지만 목소리는 기억을 한다, 굵고 쉰듯한 거친 말투가 벽을 통해 들려오는 그녀 목소리는 항상 고함에 가까운 명령조의 말과 넋두리를 매일 들으며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돌아온 외팔이란 무협영화가
온 동네를 휩쓸고 있을 때였다.
마땅히 놀 장난감도 없는 우리들은 극장 포스터에 취해서 주인공인 왕우를 흉내 되며 한 손을 러닝샤츠에 숨기고

칼싸움을 하면 놀았고 , 동네 아이들은 모이면 나무 한 자루씩 들고 골목에 모여 편을 가른다
모두 나무를 잘라온 것이나 막대기를 들고 나왔지만 맵시 있는 나무칼로 무장한 장수는 나무칼의 종류와 모양에 따라 주인공 왕우가 되고 허잡한 칼을 들고 나온 아이들은 악당이 되어 놀곤 하였다. 아버지가 나무칼을 만들어 주셨다. 박달나무로 만든 칼은 주인공인 나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칼은 나의 신분상승이다.

그러던 어느 날씨가 좋은 날
창수가 머리를 깎고 나타났다.
우리는 놀이를 멈추고 머리를 가위로 듬성듬성 마치 쥐가 파먹은 듯 깎고 나타난 창수가 자기도 끼워 달라고 온 것이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창수는
이발소 아저씨가 바뼈서 이렇게 깎았다는 것이었다.

"그래"하고는 대서롭지 않게 돌아온 외팔이 흉내에 빠져 놀기에 바뼜다.
해가 질 때까지 놀았다. 창수 여동생이
밥 먹으라고 오빠를 부르러 왔다가 창수 머리를 보고는 엄마한테 혼난다고 걱정이 한 바가지로 늘어진다
창수는 이발소아저씨가 어쩌고 저쩌고 하고 둘이 싸우듯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나와 함께 전투를 수행한 나무칼을 잘 닦아 마루 한곁에 잘 세워 두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밤이 깊어지고, 숙제를 하다가 밥상에 엎드려 잠이 들였을까?
아버지가 안아 이부자리로 옮기는데,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리고 , 매타작소리가 얇은 벽을 타고 들려온다
쌍욕과 함께 고함소리 "엄마, 잘못했어요"

"어구, 어구 나 죽네"라고 울음 섞인 친구의 음성을 들리고, 부부가 악다구니를 쓰면서 싸우는 소리,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난 참 평화롭게 잠을 잤다.
아침에 아침밥을 먹고 출근을 서두르는 아버지가 엄마에게 묻는다
"밤에 창수네는 뭔 일이 있었나, 엄청 시끄럽단 데"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오줌이 마려워 밖으로 나오는데 문 앞에 세워놓은 나무칼이 보이지 않았다.
등뒤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창수 놈이 머리 깎으라고 지엄마가 주고 간 돈을 문방구 앞에 떡볶이집에서 떡볶이 사 먹고 지 엄마한테 혼날까 봐 자기가 가위로 머리를 자르고 이발소 아저씨가 바뼈서 그렇게 잘랐다고 거짓말을 해서 혼이난거래요. 우리 집자식이나 넘에 자식이나 그저 거짓말만 늘어놓으니 맞아도 싸지"
아버지는 허허하고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말은 나에게 경고의 메시지로 잘 들으라는 가시가 돋은 말이었다.

"창수아, 학교 가자"라고 부르는데 문 앞에 낯익은 나무칼이 보인다. 옆은 쪼개지고 손잡이능 부러진 채 아무렇게나 버려진 나의 보물인 나무칼이 아닌가
나는 창수의 매타작 도구가 나의 칼인 것을 알았으나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채 버려진 사과상자의 널빤지모양 뒹굴고 있었다.

그때 창수는 온머리가 빡빡 깎은 백구로 눈썹까지 없는 얼굴을 한 채
"나 오늘 학교 못 가"하며 고개만 문밖으로 내밀고 말을 한다.
"우리 오빠, 어제 엄마에게 오빠칼로 부러지도록 맞았어"
창수여동생은 오빠를 돌봐야 하기에 학교를 안 간다고 한다. 창수는 박달나무칼 때문에 죽도록 맞았고, 그 칼주인인 너 때문이니 너도 학교 안 가야 되다고 고집을 피운다.
나도 학교를 안 갔다.

셋이서 뒷 산에 올라가 개구리를 잡아 뒷다리를 구워 먹으며 놀았다. 어제 맞은 것은 다 잊었다
그날저녁 창수엄마는 통닭을 사 왔다
우리까지 무슨날에만 먹던 통닭맛을 보았다.

창수가 자주 그랬으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허지만 그 후로 창수는 항상 빡빡머리를 하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