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생선가게아저씨

팥죽 한그릇 본문

카테고리 없음

팥죽 한그릇

timsuh 2024. 5. 31. 06:56

붉은색을 온몸에 바르고
윤기 나는 얼굴을 드리우며
도깨비도 무서워 뒷걸음치게 하던
그 용맹함과 결의는 어디 가고
청량한 물과 첫선을 보듯이 만나곤
수줍은 듯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더 붉은색은 고움으로 깊어지고
낯선 듯 물속에 제 몸을 감추고는
숨 쉬듯이 망울망울 물고를 만들더니
물에게 길을 내주며 스쳐 지나가듯 제 몸을 만지는 스킨십에 소스라쳐 놀라고는 서로를 쳐다보며
멋쩍은 미소를 보이고  
이내 눈길을 돌린다.
첫 프러포즈는 이렇게
끝이 나는 듯싶었다.


솟구치는 불길이 아래에서 위로 감아오면서 그 뜨거움에
놀라  휘동그리치며, 솟구치듯 내려앉고
부풀듯이 밀어내면, 겨우 손을 내밀어 안아주듯 밀어내고 , 밀치듯 품으며
  러브레타를 쓰듯이
붉은 잉크를 펜에 듬뿍 찍어
한 점 한 점 당신을 붉게 물들인다.
당신도 이제는 익숙한 듯,  
같이 춤을 추며 사랑을 확인한다.


첫인사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소리 없이 다가와 손을 잡고 마음을 보이며 ,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인사하고는, 함박웃음을 짓어 보일 때   가슴이 설렜다.
이제는 같이 하는가 생각하고
이만큼 다가가면 , 한 뼘으로 뒤로 물러서고, 화난 듯 몸을 돌려 제길로  
가려하면 이 몸을 잡아 돌아서게 하곤
더불어  오르기도 하고, 옆으로 돌기도 하며   웃음을 나누고 ,
조금씩 입을 열어 붉은 대화를 나눈다.
  붉음은 더 깊어지고  속내를 다 드러낸 채 껍데기만 너울너울 어깻짓을 하고
이제는 홑껍데기만 남아 , 긴 밤을 뜬눈으로 담아 사랑을 나누고 속삭인다.


이제는 팥은 떠나야 한다.
붉은 흔적만 담겨주고 , 깊은 맛을 품은
물에  멥쌀이 드리우며, 꼿꼿한 성품으로 팥이 떠난 그 자리에  서보려 하나
이내 뜨거운 사랑이 몸을 녹이듯 애절한 노랫소리에 맵쌀도 풀어져 버린다.
한숨 식히고 그 시간이 지난 후에 발돋움으로 먼산을 쳐다본다.


도깨비도 쫓아내 버린 결기로
한겨울을 지켜내는 동치미 한 사발과 벗하여 지켜낸 이 마음을 알기에
이 여름에 팥죽 한 그릇에 사랑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