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faux shearling을 너무 사랑해 본문
개털잠바를 입고 겨울을 버티고 이겨냈다.
4월 인데도 아직 이개털잠바를 벗지 못하고 입고 있다. 물론 날에는 더워 벗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체감겨울날씨다.

나는 이개털옷이 흰색 검은색이 하나씩 있고 한겨울을 이 옷만 입고 지냈다. 물론 아내도 황토색과 흰색 그리고 이상야리꾸리한 색 이렇게 세 종류가 있다. 20불 안쪽으로 사서 입자고 샀는데 예상외로 그 효율성이 상상을 넘어서 애착옷이 돼버렸다.
첫째는 착용감을 손꼽을 수 있다. 패딩이나 가죽잠바는 착용 후 내 몸의 온도로 일체화를 이루려면 약간의 냉기와 이질감을 느끼고 이겨내야 하지만 이 개털은 입는 순간 따뜻함이 겨느랑이를 타고 어깨로 전해지면서

거실에 화목난로 옆에서 담요를 둘러쓴 느낌이 확 와닿고 바람만 불지 않는 다면 옷과 몸사이에 온기가 그대로 있다는 것이 어릴 적 엄마내복을 입고 학교를 갔던 기억을 새롭게 한다.
그때는 왜 그렇게 추웠는지 모른다
춥다는 이유로 이도 안 닦고 세수도 안 하고 학교에 가고 일상을 실아가는데 아무란 문제가 없었고 지적하는 이도 없고 내가 아는 거반은 그러고 살았다.
그래도 건강하게 아토피도 없이 살았는데 요새는 저항력이 문제인지
각종질병에 노출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개털은 보호장비 같은 느낌도 받는다.

난 하얀색(엄밀히 말하면 누런 아이보리색)을 선호한다. 검은색 개털은 내 얼굴이 검정 복슬강아지처럼 검은색만 둥실 떠 다닌다 한다
내가 보아도 폼이 나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니 약간의 폼생폼사가 필요한 것 같다. 젊은 날에는 무시하고 넘어갔던 체면치례를 이제는 나 스스로가 자격지심이랄까 챙기는 것 같다
그러나 평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으니 그 또한 녹녹한 일상이 안된다
옷을 챙기면 머리와 신발이 문제고 이깟도 챙겨서 거울 앞에 서면 늙은 몽뚱아리가 이처럼 고목 같을 수 있을까 하고 나에게 되묻는다.

두 번째는 세탁이 쉽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왜 그렇게 흘리는지
"아빠는 아기들 쓰는 턱받침대 해야 돼"라고 딸년이 말한다.
사실 나는 식탐이 많다 그렇다고 많이 먹지도 못하고 미식가는 또한 아니면서 누가 빼앗는 사람도 없는데 왜 그 작은 입으로 줄줄 흘리며 황급히 먹는지 모르겠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릴 적에는 정말 먹는 게 귀했던 것 같다.

삼겹살이란 용어를 어른이 돼서 들어본 것 같다. 돼지고기 쑹쑹썰어서 끓여 낸 김치찌개에서 건져 먹었던 것이 고기를 먹는 전부였던 것 같다.
아버지생신날 먹을 수 있던 불고기
그 국물에 밥이라도 넉넉히 말아먹기를 소원하였던 시절이다 그 시절에는 고드름도 먹었고, 눈도 먹았다.
셋 번째는 무슨 옷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약간에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내는 그래도 조금 비싼 브랜드 옷을 입으면 맵시가 날 것이라고 비싼 개털을 샀지만 언제나 입는 것은 누런 황색 개털만 입는다.

나는 하얀색을 빨면 검장개털을 입으면서 변화를 주지만 아내는 아침에 빨아서 저녁에 또 입는다 그 옷만 말이다.
이제 4월인데
언제 이개탈에서 벗어나 산뜻한 옷으로 바꿔 입을 수 있을까.
오늘도 따뜻한 봄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