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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직검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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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직검사

timsuh 2024. 4. 9. 07:30

한국여행을 준비한다.
2주 여행은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여행이다.


스케줄도 조정하고 , 휴무공고도 내고, 물건도 정리하고, 세금도 미리  납부하고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것이 많다.
그러나 소풍전날의 아이처럼 설레고 흥분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 가서 간단하게 건강진단을 하고 청와대도 가보고, 유명식당 가서 먹거리도 챙겨 먹어 보고, 순대도 먹어보고, 어묵도 먹자 다짐해 본다.
유튜브로 보던 교회에 가서 예배도 보고 , 한국에서 마지막 살던 청주도 방문해서 친척들도 만나보려고 나름에 선물도   준비하고, 아무리 살아던 서울시내지만 이제는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니깐 계획도 세밀하게 세워보았다.


5년 전에 한양대학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후 특별히 아프거나 이상은 없었지만 , 아내가 종양이 있어  당황하고 황망하게 느꼈던 그 감정이 떠오른다, 다시 3개월 후 한국을 방문하여 수술을 받고 왔던 기억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걱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던 일,
이제는 이상이 없냐고 아내에게 물으며
같이 웃어 보인다


사실 건강진단을 한다면 나는 걱정이 앞선다. 나이가 나이인 것도 그렇지만
어머니가 당뇨병으로 고생을 하시다 당뇨혼수로 돌아가신 기억이 이미 30년이 넘었는데도 생생하다
그날에  앰뷸런스소리와 병원바닥에 분주히 움직이던 실내화 소리가 기억에 담겨 있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금요일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9시에 검사를 시작한다 하여 비행기 안에서 금식이다.
왜 먹지 말라면 식욕이  더 솟는 이유를 모르겠다.
비행기여행
그것도 장거리 비행기 여행에 꽃은 식사이다. 즐거움은 익히 아는 기쁨이다
웰컴 생수만 마시고 잠을 청해야 한다.
누워서 잠을 청하려 하자 정말 식사를 안 하냐고 묻는다 아내는 12시간만 금식하면 되니 낀
비행시간 12시간과 도착해서 남는 시간 5시간이 있으니 한 끼는 먹어도 된다고 한다
약간의 갈등은 있으나 난 참기로 하기로 결정한다.
혹 있을지도 모르는 검사에 약영향을 갖기는 싫었다.
의자를 눕히고 잠자리를 만들고 잠을 청하려고 눈가리개를 한다 코가르개를 안 한 탓인지 스테이크 냄새가 코를 자극해도 참았고, 라면 내음이 온감각을 앗아가도 눈을 더 감고 이겼냈다
정말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기진맥진한 탓이 아닐까 싶다


새벽은 찬공기와 함께 한국의 냄새가 온몸으로 , 오감으로 다가오고 스밀스밀 아주 천천히 전해져 왔다.
귀에 들려오는 한국말이 이처럼 고향사투리처럼 정겨웠을까 싶다.
얼굴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병원에 이르러 몇 가지 검사와 피검사를 한 후 밖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날씨는 추운 듯  써늘항 냉기가  옷 속을 파고들고 느껴보지 못한 추위가 뼈를 에이는 듯하다


한국에서 첫끼를 짬뽕으로 하기로 하였다.
무슨 수제자가 한다는 중국집이다.  기대감 이상의 설렘이 있다.
햄버거와  함께 나오는 후렌치프라이의 따듯함은 결코 짬뽕이 풍기는 매콤함과 따스함을 이길 수 없다. 결단코 말이다
마치 비에 흠뻑 젖어 옷을 갈아입고 아래목에 누웠을 때 같은 아늑함과 따스함이 뼈를 녹인다 할까.
한입씩 베워 물때마다 머리에 송골송골 맺치는 땀방울은 그 매움을 더했고,
이 매움을 이기려 베어문 탕수육의 맛은
입안을 온통 맛깔난 맛집에  이르게 하였다.
한국에서 첫날은 이렇게 언제나 그랬듯이 기쁨으로 시작하여 즐거움으로 빈 공간을 꽉 채우고도 남았다.


몇 년 만에 찾은 어머니 묘소는 11월의 서글픔만 엉겅퀴처럼 길옆에 서있고 마음을 헤비는 듯 바람만 같이한다.
먹먹한 마움과 미안함으로 생화는 놓아드릴 수 없다는 이유로  조화를 묘지옆에 놓아드린다...

"갑상선 암이 의심되니 조직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듯합니다"라는 담담 의사의 전화가 기대 속에 세웠던 2주의 한국여행의 꿈을 단칼에  끓어버리고는  난도질을 한다.
초음파검사 형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주위에 사람에게 수소문을 하고 갑상선암수술을 받은 사람이 또한 왜 이렇게 많은가 한동네에 서너 명은 족히 되는 듯싶다


조직검사 그냥 눈 깜짝하면 되는 순간인데 왜 이렇게 떨리고 긴장이 되는 것일까.
머릿속으로 많은 계획도 대응도 다음날 일어나면 머리를 감은 물처럼 하수도안으로 흘러가고 심란한 마음은 발걸음아래 쌓여 걸음을 막고 또 막으며 시간은 생각지도 아는 곳에서 쏜살같이 스쳐지나고 만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있는 나를 발견한다
결과가 안 좋으면 다시 한국을 나갈 것인지,
미국에서 수술을 할지 결정해야 하고
혹 모를 방사선 치료까지 받기 위해서는
일 년은 족히 한국에 살아야 하는 경우에 수가 생길 수도 있다 한다.
아 복잡하다.
비행기 안에 식사가 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