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아저씨
평범속에 비범함을 본문
낚시를 좋아하는 지인이 있다.
항상 약간은 취한 듯 술자리에 앉아 안주도 없이 소주만 마시던 그런 친구다

말수도 적지만 남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던 그런 친구다.
술값을 계산할 때는 자기의 몫을 잊지 않고 내놓는 그런 친구 말이다
한 번도 주사를 부리거나 남의 험담을 한 적이 없는 그런 친구를 안 적이 있다.
그 친구가 사업을 한다는 소리는 먼 길에서 듣고 잘 되기를 내심 바랬는데 그렇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혼자 속상해한 적이 있다. 사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친구의 걱정을 하는 내가 오만인듯싶다.
낮과 밤을 밤 삼아 2박 3일 술을 마시던 무모하면서도 낭만이 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보다 한 해 선배이지만 동갑내기 였기에 더 빨리 친해진 건축학도 친구를 나는 김 선비라 불렸고 그는 나를 서생원이라 불렸다.
그때 나는 학교에서 끄트막 자리에 해당하는 완장을 찼던 시절이라 맥도 못 추면서 권력에 붙어먹고 사는 생원이라 부르며 웃던 시절이다.

건축설계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도면을 보여주던 그 친구는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사는지도 도통 알 길이 없다.
젊은 날 일이다
그 친구는 텐트 하나가 생겼다며 팔당으로 낚시도구를 챙겨 떠났다. 그해 2월은
참으로 추웠던 날이었던 것 같다. 아마 군대에서도 그 정도의 추위에는 훈련을 접었을 것이다.
혼자도 좋고 같이 가는 이가 있어도 좋아하던 친구다. 날씨가 추운 날이니 몸을 덥히는 목적으로 소주에 환타를 섞어서
한 컵씩 마시다 보니 낚시는 이미 뒷전이고 찌개거리로 가져간 김치에 라면, 통조림을 넣고 매운탕을 끓여 놓고
밤이 하얗게 새도록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다가 언제쯤인지도 모르게 잠이 들고 추워서 잠을 깨워보니
버너 옆에 앉아 남은 안주에 소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텐트 입구를 열었다 닫았디하며

나의 생명을 구해준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입대를 앞두고 학교 앞 밥집에서 만나
시국을 이야기하고, 작금의 현실을 한탄하던 조국의 고민을 홀로 어깨에 짊어지고 고민하던 분기탱천하던 그때
식당 아주머니는 술안주를 만드느라고 정신이 없이 돌아가고 신입생인 듯 노란색 니트에 검장 바지를 입은 여자 손님은 홀에 앉아 아주머니의 등만 쳐다보자 힐끗힐끗 그 여자 손님을 곁눈질로 쳐다보더니 결심을 한 듯, 김선배는 일어났다.
마치 자기가 이 집에 홀 아르바이트생인 듯 물 잔과 물병을 그녀의 테이블 위에 가져다주는 모습을 쳐다보던 아줌마와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고, 아줌마는
"학생, 주문해" 하며 김선배를 부려먹는다. 싫지 않은 듯 김선비도 히죽 웃어 보인다. 너무 낯선 모습이고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아줌마는 덧붙인다

" 잘생긴 총각이 물 갖다 주니 좋지"
순간 그녀는 일어서서 그냥 나갈까 아님 주문을 해야 할까 하며 혼란스러워 보였다.
김선배는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개념치 마세요, 이 집은 제육볶음이 맛있어요" 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지 그녀의 표정은 약간 애매한 미소를 하고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소리를 내는듯싶다.
그냥 나가야 할까, 멋 적운 웃음을 보이며
앉아 있어야 할까를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 고양이가 앞발을 앞으로 늘어 뜨리고 몸을 낮추며 상황을 파악이려는 눈 놀림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눈만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긴 선비에게 세상은 오직 흑백 2가지 색감뿐이었으나 그녀는 다양한 빛을 내는 색깔이었나 보다.
뜨겁게 다가서는 붉은 정열로
환상의 아름다움에 아이보리색으로
웃음 짓어 보이는 미소 옆에는 푸른 하늘색으로 다가오는 환한 미소를 하면서 말이다. 이 평범한 일상이 낯설었지만
익숙한 듯한 착각에 나를 빠지게 할 정도의
능숙함이라고 해야 할까 먹이를 기다리는 고양이 모양 앞 속으로 입 주위를 다듬는 듯
연실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사랑이란 참 이상한 신비의 손을 가지고 새로운 질그릇을 빚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항상 술에 취해 있던 김선배를 도서관으로 이끌어 앉아 놓고, 그를 꿈을 그리는 10대 소년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슬픔은 이상한 것인가 보다. 김 선비에게는 이상한 사랑으로 붙었겠지만 나에게는 벗을 잃은 슬픔인데 슬프지 않는 슬픔으로 말이다
그 이유를 김선배가 입영하는 날 비로소 알았다. 누구를 좋아하고, 아름답다 느끼는 것이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다.
평범 속에서 건져낸 우리네의 비범함이 송곳처럼 마음속에 움츠리며 살고 있다가 이 순간에 돋아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가 용산 기차역에 나온 것을 보고
나는 혼란스러웠다. 질투거나 시샘이 아니라 배가 이만큼 불러있는 그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잠시 망설였다..
일상을 바꾸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하고 궁금해졌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목 인사를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김선배는 몇 년 후 기술고시에 패스하고 그해 그녀와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였다.
참 그때는 젊음은 항상 사랑이 굶주려 있는지 온통 여자 얘기에 연애사를 들으며
어설픈 사랑놀이에 밤새 술을 마시며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던 그 친구 말입니다.
맞대고, 반가워하다가도 알 수 없는 삶의 경쟁에 서로 다른 마음을 갖고 다른 길을 걸으며 제길을 가던 친구 말입니다.
저기압을 앞두고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성공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무모한 수를 던지며 앞만 보며 살던 그 시절에 평범한 삶들이 이만큼 세월을 더하니 결혼하고 자식 키우며 사는 슈퍼 히어로기 되어 비범을 평범으로 알고 사는 우리가 여기에
이 시대에 살고 있다.